
흔들림을 즐기는 올곧음
오랫동안 사진가 원춘호가 천착하는 두 가지 소재가 있다. 기와(瓦)와 대나무(竹)다. 사진에서 소재(object)는 사진가의 사유나 관념의 총체인 주제(theme)를 떠받쳐주는 대상이다. 그렇다면 그는 기와와 대나무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얘기하려는 것일까? 그가 얘기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사진 속에 담담하고 진솔하게 담겨있다. 기와 작업이 평생 와공(瓦工)으로 사시다 떠나신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과 그리움의 고백이라면 대나무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고백하는 가슴 저린 작업일 것이다. 그는 곧잘 사진가의 태도가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그렇다, 기와와 대나무에 그의 태도가 짙게 배어있다.
대나무에 대한 통속적인 개념들을 섣불리 그의 사진에 대입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하나 올곧다는 비유는 꽤 어울리는 대목이다. 그는 올곧고 성실하다. 그리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누구라도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역경과 아픔을 잘 견뎌내며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누군가 흔들어대고 몰아붙여 휘청거릴 때가 없지 않지만, 그는 결코 부러지지 않는다. 대나무는 ‘흔들림을 즐긴다’는 그의 표현은 차라리 해탈의 경지다. 그가 자기 고백의 대상으로 대나무를 택한 이유를 알 것 같은 대목이다. 대나무 작업을 통해 자기를 성찰하고 다독이고 있는 그의 힘든 속마음이 읽힌다.
매년 겨울이면 그의 역마살이 도진다. 함박눈이 쏟아지거나 대설예보가 있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대나무 숲을 향해 훌쩍 떠난다. 몇 차례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동행해보지 못한 주제에 그때의 상황과 그의 치열했을 작업 과정을 실감할 수는 없지만, 그의 사진을 통해 지난했을 상황을 짐작해 본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힘든 상황으로 이끌고 가는 것일까? 대나무를 통해 흔들리지만 부러지지 않고 버티며 숱한 인연들과 부대끼며 사는 그의 모습을 엿본다.
그의 대나무 사진은 몇 가지로 분류된다. 대나무 숲 밖에서 바라본 대나무와 대나무 숲 안에서 바라본 대나무 그리고 눈과 바람이다. 어디서 바라보는냐에 따라 달라지는 흑백의 톤은 그의 감성으로 완벽하게 통제되어 보여준다. 금새라도 수북이 쌓인 눈이 떨어져 내릴 성싶고 어릴 적 외갓집 뒤뜰 대나무 숲을 훑고 지나가는 세찬 바람 소리와 외할아버지 헛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대나무에 수북이 쌓인 눈이 떨어져 내리고 아침 햇살에 영롱하게 빛나는 댓잎을 보며 이제 그의 삶도 또다시 찬란하게 빛나기를 기원한다. 대한민국 국제포토페스티벌을 꿋꿋하게 꾸려가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 사진계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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