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의 꿈 – 여주 사계
사진가 김준기가 뚝심 있는 훌륭한 향토 사진가임을 증명해주는 값진 사진집을 만난다. 문화유산이 산재한 여주를 40년 가까이 묵묵히 기록해 온 그의 열정과 저력은 몇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을 얘기할 때 직업병이라든가 기업문화라는 표현을 쓴다. 한 사람이 오랜 직장생활로 인해 그 기업 특유의 기질이 몸에 배어 있는 경우를 빗대어 얘기할 때 그렇다. 오랜 공직생활을 한 사진가 김준기에게는 철저한 국가관과 사명감 같은 것이 몸에 배어 있다고 여겨진다. 그 사명감이 고향 여주를 40년 가까이 카메라에 담아 온 저력과 열정의 밑바탕에 깔려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해놓고도 그 가치를 내세우지 않고 쑥스러워 하는 그의 성품이 존경스럽다.
사진가 김준기나 나는 취미로 사진을 시작했고 지금도 취미로 사진을 하는 ‘아마추어’ 사진가다. 소위 전업작가나 프로라고 자처하는 ‘훌륭한’ 사진가들이 좀 얕잡아 보기도 하는 그런 사진가인 셈이다. 그런데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사진에서는 오히려 전문가를 능가하는 것이 아마추어다.”라고 했다. 그렇다. 사진가 김준기는 전문가를 능가하는 훌륭한 아마추어다. ‘여주 사계’ 같은 작업은 전업작가나 프로 사진가들은 별로 생각해 보지 않는 영역이다. 우리 같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아니면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엄청난 작업이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일도 아니다. 그냥 사진이 좋아서, 누군가는 해야 할 가치 있는 일이어서 묵묵히 해 온 것이다. 우리 모두 이 가치 있는 작업을 인정해주고 박수를 쳐줘야 한다. 그의 여주 기록 작업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저 그런 부류의 풍경사진이라고 쉽게 말하지 말라. 여기 실린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그는 같은 장소를 수십차례 찾아갔고 숱한 역경을 온몸으로 이겨내야 했다. ‘자연이 늘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그의 말속에 많은 얘기가 함축되어 있다. 동호회 같은 모임에서 소위 촬영 포인트라는 곳에 우르르 몰려가 툭 찍고 온 그런 부류의 사진과 비교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다. 거듭 말하지만, 외국 며칠 다녀와서 사진집 만들고 사진전 하는 경우와는 아예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가 평생 살아온 고향에 대한 기록이고 역사이기 때문이다. ‘고향의 꿈’이라는 그의 말속에 여주에 대한 애정이 흠뻑 담겨있다.
사진은 있는 것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찍혀진 순간부터 과거로 남는다. 이 사진집에 실린 풍광들은 어느새 변모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 강산이 네 번쯤 변했을 테니 그럴 만도 하다. 따라서 이 사진집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더할 수밖에 없는 여주의 소중한 자산이다. 또한 사진은 아무나 볼 수 없었던 것을 누구라도 볼 수 있게 해준다. 안개 자욱한 여주 시내 풍경을 본 적 있는가? 또는 신륵사의 설경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적이 있는가? 그는 그 추운 날 공사장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우리에게 신륵사의 아름다운 설경을 보여준다. 이것이 사진의 힘이고 사진가의 의무라고 나는 믿는다.
그의 발품과 열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고향 여주에 대한 값진 기록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그가 사진으로 써 내려가는 여주에 대한 역사는 미래의 큰 힘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희를 맞아 값진 사진집을 펴내는 그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한다. 그와 같은 사진가가 있어 우리는 참 행복하다고.
디지털사진연구소 사진티나 교수 유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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