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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사진이 대중화 되면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변화 중 하나가 시중에 사진관련 이론서적이 범람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현상이긴 하지만 대단히 염려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다.좋은 사진 찍고 싶어 사진을 배우고자 하는 초보자들에게 크게 도움도 되지 않는 전문적인 이론을 잔뜩 삽입해 책 부피를 엄청나게 늘려 비싸게 파는 건 그나마 애교로 봐줄 수 있다.그런데 터무니 없는 내용을 버젓이 담고 있는
책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고 황당하다.처음 사진을 배우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오류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 학문적 배경 없이 경험만을 바탕으로 이론서적을 쓸 때는 상당한 주의를 기우려야 한다. 경험은 매우 소중한 것이긴 하지만 이론적 뒷받침 없는 경험은 자칫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사진은 다른 예술과 달리 여러 분야의 과학적 요소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학문적, 이론적으로 정확한 내용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경험을 쌓을 때 그 경험은 더욱 값진 것이 된다.
강의교재를 보완하느라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사진 관련 이론 서적들을 살펴 보다가 놀라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요즘 서점가나 온라인 동호회 모임 등에서 꽤 인기가 있다는 사진이론 서적에 이런 내용도 있다.
“DSLR 출시 이전에 시판되었던 거의 모든 필름카메라의 셔터조절 다이얼을 보면 125라는 셔터스피드 수치에 다른 색상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광이라는 전제하에 필름의 감도에 따른 표준 셔터스피드의 설정은 1/125에 기준을 둡니다. 이는 사람의 심장 박동 수와 혈압에 의함입니다. 사람의 정상 혈압은 120/80mmHg이며, 심장 박동 수는 1분에 80 정도입니다. 즉, 80보다는 높게 책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1/100도 가능하지만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서 박동 수가 빠른 사람도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1/125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막막하다.예전의 필름카메라의 셔터속도 표시 숫자 중 60 이나 125 가 빨간색으로 표시 되어 있는 건 소위 플래시 동조속도 (Syncro time) 표시다. 숫자 옆에 번개표시나 X자 표시를 한 경우도 있다.그런데 무슨 근거로 이걸 셔터속도의 기준이라고 하는지 궁금하다.더군다나 사람의 혈압과 심장 박동수까지 동원되어 셔터속도와 관련 짓는 건 정말 난생 처음 듣는 얘기다. 이미 알고 있듯 셔터속도나 조리개 수치의 한 단계 (1stop) 변화는 광량을 절반 또는 배로 변화 시킨다따라서 셔터속도는 1, 2, 4, 8, 15, 30, 60, 125, 250, 500, 1000, 2000……(편의상 몇 분의 1초를 생략) 같이 2배수로 표기한다. 다만 15 와 125는 16과 120으로 할 경우 다음에 오는 숫자가 32, 64 등 복잡해 지는 걸 피하기 위해 조정 한 것이다.또한 조리개 수치 1.4, 2, 2.8, 4, 5.6, 8, 11, 16, 22, 32,……는 루트(√) 2를 공비로 하는 등비급수다.그래야 조리개의 면적 (결과적으로 광량)이 절반 또는 배로 변한다.물론 요즘 카메라들은 이 수치들의 중간에도 여러 수치가 있다.
그 책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흔들림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적정한 셔터속도는 장착하고 있는 렌즈의 1/초점거리 초라고 말한다. 즉 200mm 망원렌즈를 끼고 사진을 찍는다면 1/200초로 찍어야 안전하다. 좀 더 주의 한다면 1/125초나 1/60초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흔들림 방지 장치가 있는 렌즈는 예외다. 그러나 200mm 망원렌즈를 끼고 삼각대나 다른 지지대 없이 1/30초로 흔들리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자랑한다면 그는 인간이 아니거나 거짓말 하는 것이다. LCD창에서 선명해 보인다면 확대해서 점검해 보라. 사람의 능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사진관련 서적 중에서 제일 좋은 책 중 하나는 카메라 제조회사에서 만든 사용설명서다. 사용설명서만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아도 좋은 사진 찍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쉽게도 렌즈에 관한 얘기가 없으니 이 부분은 따로 공부를 좀 해야
한다.카메라를 사면 사용설명서를 읽어 보고 익힐 생각은 안하고 그저 귀동냥 등으로 사용법을 익히려 한다면 대단히 잘못하는 것이다.고급 카메라를 갖고 있으면서 그 사용법도 잘 모르는 사람을 수 없이 많이 본다. 전쟁터에서 총을 다룰 줄 모르는 병사와 뭐가 다른가. 적어도 내 총은 제대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물론 이론과 테크닉을 많이 알고 있다고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그러나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고, 내 감성을 정확하게 표현 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인 이론을 튼튼하게 갖추고 있어야 한다.
모르고 못하는 것 보다 알지만 안 하는 것이 훨씬 떳떳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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