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렌즈는 사람으로 치면 눈에 해당하지만 사람 눈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사람의 눈과 보는 각(角)이 다르다. 사람 눈의 시각과 같은 것이 렌즈의 화각이다.
렌즈는 광각으로 갈수록 화각이 넓어지고 망원으로 갈수록 화각이 좁아진다.
180도까지 보이는 초광각렌즈에서 부터 약2.5도 밖에 보이지 않는 1000mm급
초망원렌즈에 이르기까지 렌즈의 초점거리에 따라서 화각이 다르다.
사람이 편안한 자세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비슷한 화각의 렌즈는
35mm카메라에서 50mm급 소위 표준렌즈다.
화각이 달라지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피사체의 크기와 촬영면적이 변한다.
따라서 사진의 느낌도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다른 것이 또 있다. 초점거리에 따라 원근감이 달라진다.
표준렌즈급은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원근감을 표현하지만
광각렌즈는 원근감이 과장되고 왜곡이 생기며 망원렌즈는 원근감이 압축된다.
개그프로에서 광각렌즈를 이용하여 개그맨들의 우스꽝스럽게 일그러진 표정을 보여주거나
망원렌즈로 찍은 산악사진에서 수십Km 떨어진 산봉우리들이 서로 가깝게 붙어 있어 보이는 것도
렌즈의 왜곡현상이나 원근감을 활용한 것이다.
야구장에서 투수와 포수를 외야석에서 500mm 망원렌즈로 당겨 찍으면 어떻게 보이겠는가.
사람의 눈으로 보는 거리감 보다 훨씬 압축되어 투수와 포수가 가깝게 붙어 보인다.
명동거리가 사람으로 꽉 차있는 광경을 찍으려면 어떤 렌즈를 사용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망원렌즈를 들고 나가야 한다.
또 다른 차이는 초점이 맞는 깊이다.
사람의 눈은 시선이 닿는 곳 마다 초점이 맞아 보이지만 렌즈는 그렇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정확히 초점을 맞춘 면만 초점이 맞는 것이지만
어느 깊이만큼 초점이 맞아 보이고 앞뒤 부분은 초점이 맞지 않아 흐려 보인다 (out of focus).
이렇게 초점이 맞아 보이는 깊이를 피사계심도(depth of field)라고 말한다.
피사계심도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이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또 다른 맛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첫째, 피사계심도는 조리개를 조이면 조일수록 깊다.
둘째, 같은 조리개 수치라도 망원렌즈 보다 광각렌즈가 더 깊다.
셋째, 같은 조리개 수치라도 촬영거리가 멀면 멀수록 더 깊다.
마지막으로 앞보다 뒤로 더 깊다.
이 얘기는 초점이 맞아 보이기를 원하는 깊이를 3등분해
대충 앞쪽 1/3되는 지점에 초점을 맞추라는 뜻이다.
80 에서 100mm급 렌즈를 흔히 포트레이트 렌즈라고 말한다.
인물사진을 찍을 때 원근감, out of focus 현상 등이 보기 좋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찍는 것보다 렌즈의 화각, 원근감, 피사계심도 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훨씬 더 맛있는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샷터를 누르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보자.
지금 사용하고 있는 렌즈의 초점거리는 내 의도에 알맞는 렌즈인가.
조리개를 더 열건가 조일건가.
눈으로 보았던 것과 사진으로 보는 것이 달라 보이는 것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다른 이유들은 또 다른 얘기거리로 남겨 놓는다.
이제 ‘사진적’으로 사물을 보는 훈련을 열심히 하자.
소위 ‘카메라 아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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