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티나 유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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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용의 사진이야기 / 한국사진 2014.1월호 (vol.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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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수용과 주도

디지털카메라의 대량보급은 필연적으로 사진의 대중화, 다양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고 앞으로 ‘사진예술’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기 조차 힘들게 한다. 또한, 사진의 대중화는 여러 측면에서 사진계의 기존 방식에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 중에는 매우 긍정적인 것들이 많고 언젠가는 상당 부분이 기존의 방식과 대체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이제 더욱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이러한 변화들을 수용하고 주도할 필요가 있다.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의 첫걸음은 무엇보다도 사진교육의 활성화다. 다른 예술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사진은 카메라를 조작하는 방법에서부터 광학, 화학, 색채학 등 여러 방면에 걸친 이론적 배경이 튼튼하지 못하면 제아무리 고급기종의 카메라를 갖고 있어도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된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각종 새로운 이론과 기법을 수용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안타깝게도 사진교육의 양극화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한편에서는 수준 높은 사진미학 등에 중점을 두며 테크닉교육을 아예 무시하거나 우습게 여기고 있고, 다른 한편은 오로지 테크닉을 가르치는데 몰두하고 있다. 두 가지가 지혜롭고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전문가는 어떤 경우에도 실패하지 않는다’ 내가 주장하는 사진가의 덕목 중 하나다. 자칭, 타칭 사진가라면, 또 앞으로 사진가가 되기를 꿈 꾸고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론으로 철저히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예술은 감성으로 하는 것이지 도구나 이론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진은 그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라는 도구를 사용하고, 특히 디지털사진은 컴퓨터와 각종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을 익히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저 어깨너머로 배운, 또는 경험으로 축적된 지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험이란 무시할 수 없는 값진 것이긴 하지만 이론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경험은 불안하고 위험천만이다. 상황이 조금만 변해도 그 변화된 상황에 적응할 수 없는 무용지물에 가까워 지는 경우가 있다. 이제 기본에 충실하자. 기본은 쉽기 때문에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다.

사진은 말이다

사진을 흔히 ‘영상언어’라고 한다. 영화가 소설이라면 사진은 시(詩)라고 비유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한 장의 사진 속에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어야 한다. 대중가요 한 곡에도 사랑이나 이별, 행복이나 그리움 등 가수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제 사진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남들이 한 말을 다시 하고 또 다시 하는 잔소리 같은 사진을 하지 말자. 회원전에 가보면 어디선가 지겹도록 많이 보았던 사진들을 흔히 본다. 참 답답하다. 다른 사람이 늘 찍었던 소재라도 그 소재에서 남다른 의미를 새롭게 찾아낸 새로운 말을 해보자. 필립 퍼키스는 “작품의 대상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이 예술가의 독창적인 감수성으로 어떻게 바뀌었느냐, 바로 이 점이 예술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어떻게 말해야 다른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 들을지 고민해보자.

찍는 것과 표현 하는 것

흔히 ‘사진을 찍는다’고 말한다. 그건 일반인들의 경우다. 우리는 사진으로 표현해야 한다. 찍는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 담는 것이지만 표현하는 것은 피사체에 사진가의 감정을 이입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끌어내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내 안의 무언가와 합치되는 바깥의 대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얼마 전 ‘은밀한 시선’이라는 사진전을 개최했던 마리오 테스티노도 "모든 피사체는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이 아니라 생각을 담아서 촬영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사진을 살아 숨쉬게 한다. 아주 유명한 인물의 사진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에 글 쓰기의 육하원칙인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를 한번 적용해보자. ‘누가’는 당연히 자기 자신이다. ‘왜’를 먼저 생각해보자. 왜 사진을 하는가? 왜 이 사진을 찍는가? 여기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도 없이 사진을 한다면 곤란하다. ‘왜’가 결정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무엇’이 결정된다. ‘왜’는 주제고 ‘무엇’은 소재 또는 대상이다. ‘언제’는 시간의 선택이고 시간의 선택은 곧 빛의 선택이다. 같은 소재도 시간의 선택 즉 빛의 선택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진다. 또한 시간은 사진의 공간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어떻게’는 테크닉을 포함한 방법이다. 어떻게는 너무 다 잘 아는데 ‘왜’를 고민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본다. 사진가는 가슴 속에 언제나 의문 부호를 갖고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부인 조지아 오키프는 “내가 본 꽃을 그대로만 그렸다면 아무도 내가 본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꽃이 작은 만큼 그림도 작게 그렸을 테니까 말이다...... 결국 나는 내가 받았던 느낌과 같은 것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곱씹어 볼 말이다.

좋은 사진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가요?’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묻는 말이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본인의 맘에 드는 사진이다’ 내 대답이 좀 우습겠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다. 누가 뭐래도 우선 자기 맘에 들어야 한다. 본인이 좋다고 느꼈기 때문에 찍었던 것 아닌가. 찍고 난 후에 자기 맘에도 들지 않는데 남들이 좋아하기를 바라는 건 잘못이다. 자기 맘에 드는데 남들도 좋아하면 더욱 좋다. 그렇다고 보는 사람 백이면 백 다 좋아하는 일은 결코 없다. 자기는 좋은데 남들이 별로라고 해도 신경 쓸 일 아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자기만 좋아한다고 무슨 대수인가. 그런데 이 경우 가끔 오류를 범한다. 내가 봤을 때 별로인데 자꾸 괜찮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묻는다. ‘혹시 이 사진 무척 어렵게 찍지 않으셨나요? ’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 사진 찍는다고 죽을 뻔 했습니다.’ 그건 찍은 사람이나 알지 보는 사람은 모르는 일이고 사실 알 바도 아니다. 그 사진이 무엇 때문에 좋은지 안 좋은지는 별개로 두자. 다만 그림이나 다른 분야의 예술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사진 티가 나는 사진다운 사진이어야 한다. 사진의 기본 속성이 깊게 베어있는 사진다운 사진이 나는 좋다. 내가 사진을 사랑하는 이유다. 뉴욕 국제사진센터(ICP)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토퍼 필립스는 “혁신적이고, 모험적이며, 나를 놀라게 하고 충격을 주고 변화시키는 것, 그게 좋은 사진이다. 익숙한 걸 다르게. 좋은 사진은 그런 것이다. 힘들게 찍었다고? 그건 다음 문제다”라고 했다. 안드레아스 파이닝거는 “사진에서 가장 용서 받지 못할 것은 흔하고 빈곤한 주제를 상상력 없이 다뤄 특징도 없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진이다. 개성이 장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좋은 사진은 결코 우연히 얻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존 화이팅의 말처럼 좋은 사진은 관객을 멈춰 서서, 바라보고, 생각하게 한다.

공모전 이야기

다른 촬영대회에서 찍은 사진을 일반 공모전에 출품하는 것은 사실 예의가 아니다. 그 촬영대회에 출품해야지 왜 다른 공모전에 출품할까? 다른 공모전이나 회원전 등에서 수없이 봤던 ‘잔소리’같은 사진들도 이제 그만 출품하면 좋겠다. 아무리 잘 찍었어도 나는 그 사진 식상하다. 언제, 어디 가면 무슨 사진 찍을 수 있다는 년간 일정표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사진 찍는 즐거움은 인정하지만 그렇게 찍은 사진을 공모전에 출품하는 것은 좀 그렇다. 내용이 참신하면 사진적으로 좀 부족해도 나는 그 사진이 훨씬 좋고 후한 점수를 준다. 아직도 '작품사진'은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이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사람은 가슴에 손 얹고 자신에게 물어보라. 디지털카메라 잘 만질 줄 알고, 컴퓨터 다룰 줄 아는지.....다 할 줄 아는데도 그런다면 세상 변화에 관심 없으신 훌륭하신 분이다. 난 아직 그런 사람 만나보지 못했다. 소위 사진모임을 지도하는 분들 중 제자들에게 상 받는 요령을 가르치고 제자들이 상을 많이 받아야 권위가 있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심지어 지도하는 사람이 찍은 사진으로 출품시킨다는 거짓말이기를 바라는 얘기들도 있다. 그렇게 키운 제자들은 상 많이 받고 나면 떠난다. 그 제자가 상 많이 받아 지도자(?)가 되면 똑같은 짓 한다. 배운 것이 그것밖에 없는데..... "한번 사부는 영원한 사부"가 되려면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떳떳한 상

상이라는 제도는 필요악이다. 상을 받고 기분 나쁠 사람 아무도 없다. 그러나 상을 받지 못했다고 서운해 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떳떳함이다. 상을 받은 게 누구에겐가 신세 진 일이라면 평생 떳떳하지 못한 짐을 지고 사는 일이다. 심사를 하는 사람이나 출품을 한 사람이나 모두 떳떳해야 한다. 심사를 하며 누구를 도와주었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사진가로서, 예술가로서 자격이 없는 파렴치한 사람이다. 상을 받기 위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다면 그 역시 마찬가지다. 평생 코 꿰이고 살 일은 하지 말자. 꼭 상이 내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사진은 어디에 내놓아도 좋은 사진이다. 가끔 어설픈 사진이 큰 상을 받은 것을 보면 심사를 한 사람이나 상을 받은 사람이나 안쓰럽다. 낙선했다고 낙심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이유다.

전시장 유감

바야흐로 사진전의 홍수 시대다. 이제는 사진전문 갤러리도 많고 전시장 대관에 비수기 성수기 구별도 없다. 인사동이나 청담동 등 갤러리가 많은 동네에 가면 언제라도 사진전 한 두 개 관람할 수 있을 만큼 사진전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매그넘이나 퓰리처상 수상작 사진전 등 대형 기획전도 수없이 개최되고 있고 각종 사진비엔날레도 도처에서 열린다. 꽤 비싼 입장료인데도 관람객이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며 서있는 모습은 예전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90년대 초 동숭동에 있는 유명 화랑에 사진전을 신청했다가 웃기는 사람 취급 받은 경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사진전시장에 가면 꼭 유난스러운 사람을 본다. 전시되어 있는 남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지적까지 하며 잘잘못을 떠들어 댄다. 더군다나 소위 제자(?)들 데리고 와 잘난 척 남의 사진 깎아 내리는 일 서슴지 않는 몰지각한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치고 개인전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개인전이나 회원전 한번 준비하고 치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남의 사진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자. 가슴으로 보고, 느끼고 작가의 변도 들어 보고 작품집도 한 권쯤 사볼 일이다.

사진작가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산하에는 10개의 회원협회가 있다. 유독 우리 협회만 ‘작가’라는 명칭이 붙어있다. 우리 협회도 1961년 12월 17일 한국사진협회라는 명칭으로 창립했는데 1977년 제16차 정기총회에서 한국사진작가협회로 개칭하여 ‘작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2013년 제52차 정기총회에서 ‘한국사진협회’로 명칭 변경안건을 상정했으나 부결되었다. 사전에 보면 작가란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은 화가고, 조각하는 사람은 조각가라고 하는데 사진하는 사람을 사진가라 하지 않고 사진작가라고 한다. 왜 그럴까? 곱씹어 볼 일이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 되는 것, 소위 사진작가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비로서 공모전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색깔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심사자가 아닌 수용자(감상자)를 두려워해야 하는 진정한 사진가의 길을 걷는 출발점에 서는 것이다. 기왕에 사진가의 길을 걷겠다고 고난의 길로 들어선 여러분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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