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위 47도 쯤에 위치한 테렐지국립공원은 백야 때문에 새벽이 환하다. 게르 주변에 만발한 야생화를 감상하며 하루를 연다.
오랜만의 패키지 여행은 이런저런 얘깃거리를 만들어 낸다. 30여 명의 관광객을 태운 대형 버스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신경전이 우습고 재밌다. 먼저 탄 사람이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단순 명료한 진리를 앞세운 아주머니 주장에 아무도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속내는 나랑 비슷하리라 여겨진다. 세상살이는 상식과 배려가 살맛나게 해주거늘.
테렐지국립공원 산 중턱에 자리잡은 아르야발사원은 코로나 이후 스님이 상주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처님이 타고 다니셨다고 전해지는 코끼리를 형상화한 사원으로 몽골의 몇 남지 않은 사원이다. 제법 가파른 언덕과 계단을 지나 법당에 들어서 또 한 차례 새끼들을 위한 소원을 빈다.
이번 여행 참가자 중 최고 고령자란다. 연령 제한에 묶여 승마 체험을 하지 못해 아쉽다. 하긴 딸내미가 극구 말렸던 일이기도 하다. 대신 독수리 체험을 해보고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도 한 컷 남겼다.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청명한 초가을 날씨처럼 맑은데 갑자기 천둥번개를 치며 한차례 소나기를 뿌리고 간다. 더 맑아진 공기를 들이켜며 심호흡해 본다. 가슴이 시원하다.
푸르공자동차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는 체험은 아찔하다. 도대체 몇 년이나 운행한 차일까? 탈 없이 굴러가는 게 신기하다. 비포장 산악길을 엄청난 속도로 달린다. 안전벨트조차 없는 차량으로 이런 체험을 진행하다니 참 배짱 좋은 사람들이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 차 위에 올라가서 인생샷(?) 한 컷 남기는 내 배짱도 우습긴 마찬가지다. 정상에서 내려와 끝없이 이어지는 몽골의 가장 긴 강인 톨 강변에 앉아 마시는 커피가 별미다.
패키지 여행이 빡센 일정 때문에 힘든 경우가 많은데 모처럼 겪어보는 이번 패키지 여행은 여유로워 다행이다.
몽골에서는 어떤 육류보다 비싸다는 삼겹살을 구우며 몽고반점을 닫는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돛배를 중얼거리며. |
|